호스트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셜리 잭슨의 단편 소설, 바로 제비뽑기(The Lottery) 를 함께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배경은 아주 맑고 화창한 여름날, 평범해 보이는 마을 광장인데요… 겉보기엔 평화롭지만, 그 안에는 아주 오래되고 섬뜩한 관습이 숨겨져 있습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통해서 맹목적인 전통이 공동체를 지배하는 방식, 평범한 사람들이 집단 광기에 동참하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성이 어디까지 시험받을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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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특히 ‘제비뽑기’라는 연례 행사가 마을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이런 오래된 의식이 개인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무력하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한 포인트죠.
더 나아가서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무엇인가, 위기 속에서 인간성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같은 주제는 2024년 한국 사회가 겪었던 계엄 상황과도 맞물려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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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6월 27일 아침, 정말 화창한 날씨에 시작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 있고, 아이들은 주머니에 돌멩이를 채우며 놀고 있죠.
어른들은 농사 얘기, 세금 얘기 등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지만, 분위기 속엔 묘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은 미스터 서멀스. 그 앞에는 마을 초창기부터 전해 내려온 낡고 검은 나무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이 상자는 그 자체로 오래된 전통의 상징인데, 서멀스가 “새 상자를 만들자”고 제안해도 마을 사람들은 완강히 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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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상자뿐 아니라 의식 절차도 이미 많이 잊혔거나 변형됐지만, 행위 자체를 멈출 생각은 전혀 없는 거죠.
‘올드맨 워너’는 다른 마을이 제비뽑기를 그만뒀다는 소식을 듣고 “미친 멍청이들!”이라며 격하게 반응합니다.
그리고 “6월에 제비뽑기, 곧 옥수수 풍년”이라는 속담을 읊으며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호스트
드디어 제비뽑기가 시작되고, 각 가족의 가장이 나와 종이를 뽑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늦게 와서 농담을 던지던 테시 허친슨, 바로 그 남편 빌 허친슨이 표식이 있는 종이를 뽑자 상황이 바뀝니다.
테시는 즉시 “공평하지 않아요! 남편한테 고를 시간도 충분히 안 줬잖아요!”라고 소리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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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변 반응이 더 섬뜩합니다.
아까까지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델라크로이 부인은 “정정당당하게 해, 테시”라며 다그치고, 다른 사람들도 “우리 모두 같은 기회였어”라고 압박합니다.
심지어 남편 빌조차 “닥쳐, 테시!”라고 소리치죠.
이 순간은 개인의 양심보다 집단 관습이 더 강력해지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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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허친슨 가족끼리 다시 제비를 뽑고, 검은 점이 찍힌 종이는 테시 허친슨의 것이 됩니다.
결과가 나오자마자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돌을 집어 들고, 아이들 손에도 작은 돌이 쥐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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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장면 중 하나는, 아까까지 다정하던 델라크로이 부인이 양손으로 큰 돌을 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서둘러!”라고 재촉하는 모습이에요.
이건 맹목적인 관습과 동조 압력이 개인의 공감 능력과 인간성을 완전히 마비시키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폐쇄된 공간에서의 집단 광기는 끝이 없어 보이죠.
호스트
테시는 마지막까지 “이건 옳지 않아요!”라고 외치지만, 그 목소리는 돌을 던지는 군중 속에 묻혀 버립니다.
셜리 잭슨의 제비뽑기는 평범한 일상 속에 감춰진 폭력성과,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유지되는 비인간적 관습을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입니다.
또 공동체의 압력 앞에서 개인이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도 잘 보여주죠.
게스트
네. 오래된 규칙이나 비상 상황이라는 명분은 생각보다 빠르게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킵니다.
2024년 계엄 시도 당시, ‘권위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이나 ‘설마’라는 안일함이 어떻게 위험한 현실을 만들 수 있는지 우리가 직접 봤잖아요.
결국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혹시 우리도 모르게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제비뽑기에 참여하고 있진 않은가?
호스트
맞아요. 우리 사회, 혹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검은 상자’는 과연 무엇일까요?
오늘의 이야기가 그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또 다른 작품 속 사회와 인간의 모습을 깊이 분석해 드릴게요.